요약
주민소유 태양광 계획안을 만들어 동료 조직에 돌렸더니, 우리가 스스로 자랑하던 구조가 우리가 비판했던 구조와 같다는 지적이 돌아왔다. 그 지적을 받아 계획안을 다시 세운 과정이다. 핵심은 세 가지다. 검토의견은 철학의 언어로 오지만 어느 표의 어느 행이 바뀌어야 하는가로 번역해야 반영된다는 것, 지적의 핵심은 대개 기존 표 수정만으로는 담기지 않아 새 표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반영본은 최종본이 아니라 사람이 수락 여부를 판단할 초안이므로 바뀐 곳을 전부 빨간색으로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이 기술인가
앞선 글에서 지자체의 태양광 개발계획안을 비판 검토하고 대안을 만들었다. 대안의 요지는 “마을이 소유하고 연합회가 경영한다”였다. 발전설비를 마을 협동조합이 직접 소유하고, 100개 조합이 각자 처리할 수 없는 판매 계약과 계통 운영은 연합회가 맡는 구조다. 스스로 보기에 깔끔했다.
그 안을 받아본 동료 네트워크가 검토의견을 보내왔다. 요지는 이랬다.
부지·영농관리, 통합판매, ESS·계통, 금융, 회계를 연합회가 광범위하게 담당하면 소유권은 마을에 있어도 실질적인 정보·계약·운영권은 연합회에 집중된다. 이는 제안안이 SPC 방식에서 비판한 ‘소유와 실질적 결정권의 분리’가 다른 형태로 재현될 위험이 있다.
정확한 지적이었다. 우리는 주식회사가 발전소를 갖고 주민이 소액 지분으로 얹히는 구조를 비판했는데, 그 비판의 논리를 우리 안에 다시 적용하면 마을이 등기부상 소유자일 뿐 실제로 결정하는 곳은 연합회가 된다. 게다가 마을 매출의 정률을 연합회 운영비로 받는 설계는 연합회를 독립적인 경제적 이해관계자로 키워 마을 몫을 잠식할 수 있다.
이런 지적은 받고 나면 두 가지 중 하나로 흐르기 쉽다. 수사만 바꾸고 넘어가거나(“연합회는 지원조직입니다”), 지적을 통째로 수용하느라 실행 가능성을 잃거나. 둘 다 피하려면 방법이 필요하다.
단계별 따라하기
1단계. 지적을 구조로 번역한다
검토의견은 대개 철학의 언어로 온다. “마을소유의 본질은 발전설비의 법적 소유가 아니라 공동자산과 그 수익을 스스로 운영하면서 자치적·경제적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만드는 것”처럼. 이 문장을 계획안에 그대로 옮겨 적으면 서문만 근사해지고 설계는 그대로다.
AI에게 이렇게 시킨다.
이 검토의견을 우리 계획안에 반영하려고 해. 의견의 각 지적이 계획안의 어느 절, 어느 표, 어느 행을 바꿔야 하는지 대응표로 만들어줘. 문장을 옮겨 적는 게 아니라 구조가 바뀌어야 해.
우리 경우 이렇게 갈라졌다.
| 지적 | 바뀌어야 할 곳 |
|---|---|
| 연합회가 경영 주체가 되면 안 된다 | 부제, 5대 원칙 중 2개의 제목과 내용, 주체 표의 연합회 행(법적 지위·역할) |
| 매출 정률 수수료는 마을 몫을 잠식한다 | 위탁 표의 재원 열 — 매출 정률 → 원가·성과 기반 |
| 마을이 실제로 결정해야 한다 | (기존 표로는 담기지 않음 → 신규 표 필요) |
| 분양형보다 장기임대·직접소유형이 실제 구조에 맞다 | 용어 전면 교체 |
| 마을조합이 영농 책임을 지면 경작권 존속이 가능한가 | 설계 4 + 실무 과제 |
2단계. 새 표가 필요한 지적을 알아본다
지적의 핵심은 기존 표의 칸을 고쳐서는 담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을이 실제로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랬다. 주체 표의 역할 칸에 문장을 몇 개 더 넣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무엇을 마을이 결정하는지 목록으로 못박아야 실효가 생긴다.
그래서 표 두 개를 새로 만들었다. 검토의견에 목록 형태로 들어 있던 항목을 그대로 살리고 내용만 붙였다.
마을이 보유하는 핵심 권한 — 주요 차입·장기계약 / 자산 처분·담보 / 수익배분과 마을복지사업 / 공동기금 적립·사용 / 신규 공동사업 투자 / 위탁기관 선정·변경 / 사업권 양도·청산
연합회 통제장치 — 역할 한정 / 원가·성과 기반 수수료 / 예산·결산 공개와 마을의 승인권 / 회계 분리 / 손실 전가 금지 / 위탁 변경·해지권
이 두 표가 들어가자 “연합회는 지원조직”이라는 문장이 비로소 검증 가능한 약속이 됐다. 정관에 넣을 수 있는 형태가 됐다는 뜻이다.
3단계. 사용자가 판단할 지점을 가른다
모든 지적을 AI가 알아서 반영하면 안 된다. 대외 인상이 달라지는 것은 사람이 정한다.
우리 경우 「분양형」을 「마을소유형(장기임대·직접소유)」으로 바꾸는 것이 그랬다. 실체는 같다 — 마을이 구획을 갖고 직접 사업자가 된다. 그러나 앞서 “수상태양광 행정리 분양형과 동일한 구조”라고 확정해 둔 프레임과 표현이 달라진다. 그래서 반영하되 보고에 이렇게 적었다.
실체는 같지만 대외적으로 어느 용어를 쓸지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되돌리려면 알려 주세요.
4단계. 바뀐 곳을 전부 빨간색으로
검토의견 반영본은 최종본이 아니다. 사람이 수락 여부를 판단할 초안이다. 바뀐 문단과 표 셀을 전부 빨간색으로 만들고, 문서 앞머리에 근거 한 줄을 넣는다.
ㅇ 보완 반영: 〈조직명〉 「〈문서명〉」(〈일자〉)의 지적을 반영(빨간색 표시)
지시받은 문서명 변경처럼 검토 대상이 아닌 것은 검은색으로 두되, 왜 그렇게 했는지 보고에서 밝힌다. 우리 경우 80개 런이 빨간색이 됐다.
한글 문서에서 이 작업을 자동화하는 방법은 AI와 함께 한글문서 빨간펜 교정하기에 정리돼 있다. 요지는 글자모양 목록을 통째로 복제해 빨간색 사본을 만들어 두고, 바꾼 문단이 그 사본을 가리키게 하는 것이다.
5단계. 용어를 전수 검사한다
구조를 바꾸면 옛 용어가 본문·표·각주에 흩어져 남는다. 이것이 가장 흔한 마무리 실패다.
우리도 「분양형」을 「마을소유형」으로 바꾸면서 제목과 원칙은 고쳤는데, 본문 여섯 곳에 「분양 단위」, 「분양받은 행정리 조합원」, 「분양 구획」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산출 파일을 다시 풀어 세어 보고서야 발견했다.
반드시 양방향으로 센다. 있어야 할 문자열이 들어갔는지, 그리고 없어야 할 문자열이 0인지. 하나라도 남으면 읽는 사람은 두 용어가 다른 것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교훈
동료의 지적은 우리 논리를 우리에게 적용한 것이다. 우리가 SPC를 비판한 논리(“소유와 결정권의 분리”)를 우리 안에 적용하니 같은 문제가 나왔다. 남을 비판할 때 쓴 잣대를 자기 설계에 대보는 일은 스스로 하기 어렵다. 그래서 동료 조직에 돌리는 것이다.
철학은 표로 번역돼야 반영된 것이다. “마을의 자치 역량”이라는 말을 서문에 넣는 것과, 마을이 결정하는 일곱 가지를 표로 못박는 것은 전혀 다르다. 정관에 넣을 수 있는 형태인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갈라진다.
AI는 번역과 전수검사를 잘하고, 수용 여부 판단은 못 한다. 지적을 구조로 옮기고 용어를 빠짐없이 바꾸는 일은 AI가 빠르고 정확하다. 그러나 어느 용어를 대외적으로 쓸지, 어느 지적을 받아들일지는 사람의 몫이다. 그 경계를 보고에서 분명히 하면 검토가 쉬워진다.
반영본을 최종본으로 삼지 않는다. 빨간색은 “AI가 무엇을 건드렸는지”를 한눈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 열어 보고 수락한 뒤 빨간색을 지워 저장해야 최종본이 된다.
참고
- 선행 문서: AI와 함께 관의 개발계획안을 비판 검토하고 주민소유 대안 만들기
- 검토의견 원천: 동료 네트워크의 「100MW 영농형태양광 주민소유 모델 제안서 검토 — 마을과 연합회」 (2026년 8월)
- 관련 법령: 영농형태양광법 제5조(사업 주체), 제13조(수익의 환원)
- 사용 도구: Claude Code, 한글 문서 빨간색 교정 스크립트
문서 정리 = 데카(deka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