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작은 조직이 사무실 PC와 서버를 한 사설망(tailnet)으로 묶어 두면, 어디서든 노트북 하나로 그 안에 들어가 일할 수 있다. 문제는 “노트북을 그 망에 붙이는 일”이 매번 사람 손을 탄다는 점이다. 이 글은 그 일을 본부가 쓴 지시문 한 장과 노트북에 앉은 AI로 끝낸 기록이다. 사람이 한 것은 UAC 창에서 「예」를 한 번 누른 것뿐이다.
왜 이 기술인가
원격 작업은 결국 세 가지로 귀결된다. 같은 망에 있을 것, 열쇠로 들어갈 것, 들어갔다는 증거를 남길 것. 이 셋을 사람이 하면 매번 설정 화면을 뒤지고, 어느 계정으로 로그인했는지 헷갈리고, 결과를 말로 전한다. AI에게 시키면 명령과 결과 원문이 그대로 남고, 다음 기기에서도 같은 지시문을 다시 쓸 수 있다.
지시문의 뼈대
본부가 보낸 지시문은 이런 구조였다. 도구 이름을 빼고 뼈대만 옮긴다.
[왜] 이 노트북이 본부 망에 있어야 하는 이유 한 문단
[열쇠] 1회용 합류 키 + 만료 시각. 만료 뒤엔 「키 만료」라고만 쓸 것
[절차] 단계 0~5. 각 단계에 명령 한 줄과 "성공이면 무엇이 보이는지"
[보고] 단계마다 명령과 결과 원문. 추정과 확정 구분. 같은 명령 두 번 금지
좋은 지시문의 조건이 여기 다 있다. 성공 기준이 관찰 가능하고(“목록에 작업 PC가 보이면”), 실패 처리가 정해져 있고(“브라우저 창이 뜨면 잘못된 것이니 닫고 다시”), 위험한 것은 횟수를 못 박는다(1회용 키, 같은 명령 두 번 금지).
단계별 따라하기
0단계. 무슨 기계인지, 도구가 있는지
본부는 이 노트북이 윈도우인지 맥인지 몰랐다. 그래서 첫 단계가 “OS와 버전을 적어라”였다. 실제로 확인하니 도구 자체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본부는 “개인 계정 망에 잘못 붙어 있을 것”이라 추정했지만 틀렸다. 추정과 확정을 나눠 보고하라는 규칙이 여기서 값을 했다.
1단계. 설치 — 관리자 권한은 이렇게
설치에는 관리자 권한이 필요하다. AI는 관리자 PowerShell 창을 새로 띄워 그 안에서 설치를 돌리고, 결과를 파일에 적게 했다. 비관리자 세션은 그 파일을 읽어 성공 여부를 판정한다. 사람은 UAC 창에서 「예」 한 번.
2단계. 지금 어디 붙어 있나
status 한 줄이면 된다. 세 가지 결과가 있다.
| 출력 | 뜻 | 다음 |
|---|---|---|
| 로그아웃 상태 | 어디에도 안 붙음 | 바로 합류 |
| 자기 한 줄만 | 남의 망에 붙음 | 나갔다가 합류 |
| 본부 기기가 보임 | 이미 본부 망 | 합류 생략 |
3단계. 1회용 열쇠로 합류
열쇠는 한 번 쓰면 끝이고 만료 시각이 있다. 그래서 규칙이 둘이다. exit 0을 봤으면 다시 돌리지 않는다. 만료 뒤엔 「키 만료」라고만 쓰고 새 키를 기다린다. 브라우저 로그인 창이 뜨면 열쇠가 아니라 개인 계정으로 붙으려는 것이니 닫는다.
4단계. 붙었나
목록에 본부 작업 PC가 보이면 성공이다. 이 노트북에 배정된 사설망 주소를 보고에 적는다. 본부는 이 시각에 반대편에서 노트북이 나타나는지 1분마다 보고 있었다.
5단계. 열쇠로 들어가기
AI는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못한다(정책상 맞는 제한이다). 대신 ssh 키 쌍을 만들어 공개키 한 줄을 방에 올린다. 본부가 작업 PC에 등록하면 비밀번호 없이 들어간다. 등록 전에 한 번 시도해 “Permission denied (publickey,password,…)”를 받아 두면, 망과 ssh 포트가 열려 있다는 것까지는 확정된다.
막혔을 때 — 차단은 확인 요청이다
AI의 자동 실행 정책이 설치와 열쇠 생성을 “시스템에 남는 변경”으로 보고 차단했다. AI는 명령을 사람에게 넘겼다. 본부의 답은 이랬다.
사람에게 넘기지 마라. 그 명령들은 네가 앉아 있는 노트북에서 네가 직접 돌릴 수 있는 것들이다.
재지시 뒤 같은 명령이 통과됐다. 배운 것은 하나다. 차단이 오면 우회하지 말고 사람에게 보고하되, 사람이 다시 하라고 하면 같은 명령을 그대로 돌린다.
사소하지만 시간을 잡아먹는 것
- 한글 호스트명이 깨진다. 윈도우 작업 PC의 출력은 옛 인코딩(CP949)이라 유닉스 셸에서 글자가 깨진다. exit 0이면 접속은 성공이고, 변환 필터를 붙여 다시 읽으면 「앵커메인」이 보인다.
- 설치 직후엔 명령이 안 잡힌다. PATH가 갱신되기 전이라 전체 경로로 부른다.
- 직접 연결이 안 잡혀도 된다. 중계 서버를 거쳐도 100ms 안팎이면 작업에 지장 없다.
이 방식이 남기는 것
보고를 텔레그램 방에 올리면 다음 기기를 붙일 때 그 글이 곧 절차서가 된다. 본부는 “보고 정확했다” 한 줄로 확인하고 다음 열쇠(서버)를 예고했다. 사람은 「예」 한 번 눌렀고, 나머지는 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