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AI와 한참 일하다 보면 “그래서 뭘 갖췄고 뭘 만들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말로 늘어놓으면 장황하고, 목록으로 주면 읽히지 않는다. PPT 한 장짜리 체계도가 답인데, 이 한 장은 디자인이 아니라 재고 조사다.

이 글은 AI에게 “내 AI 업무환경 체계도를 한 장으로 만들어줘”라고 시켜서 ① 업무 체계도(환경 → 자동화 엔진 → 산출물 → 축적 루프)와 ② 하네스 구조도(지시 주입 → 런타임 → 도구 → 확장 → 산출 경로) 두 장을 만든 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핵심은 슬라이드 미학이 아니라 숫자를 세는 방법눈으로 확인하는 절차다.

왜 이 기술인가

  • 발표·보고에서 “AI로 일한다”는 말은 증거가 없으면 공허하다. 체계도는 증거의 목록이다.
  • 그리는 과정에서 빈칸이 드러난다. 이번에도 “예약 작업 0건”이 눈에 보여서, 아직 무인 실행을 안 쓰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 한 장이면 그대로 발표 자료가 되고, 새 협업자에게 건네는 안내서가 된다.

단계별 따라하기

1단계. 그리기 전에 세어라

AI에게 체계도를 시키면 기억에 남은 인상으로 채우려 한다. 그러면 “스킬 20여 종” 같은 어림수가 들어가고, 발표장에서 누가 물으면 답이 막힌다. 먼저 셀 것을 정하고 실제로 센다.

세는 대상명령
스킬ls ~/.claude/skills | wc -l
기억(메모리)ls <프로젝트>/memory/*.md | wc -l (인덱스 파일 1개 제외)
진행 프로젝트ls <프로젝트>/memory/project-*.md | wc -l
서브에이전트ls ~/.claude/agents/
플러그인마켓플레이스 폴더의 plugins 하위 개수
스킬별 사용 횟수설정 JSON의 skillUsage

사용 횟수까지 세면 체계도에 “가장 많이 쓴 스킬” 을 쓸 수 있다. 자랑이 아니라, 어디에 시간이 몰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번 경우 문서 작성 스킬과 세션 정리 루틴이 각각 19회로 1위였다 — 실제 업무가 “쓰기”와 “정리”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

2단계. 층을 나누고, 한 층은 5칸을 넘기지 않는다

한 장에 다 넣으려면 층(band)으로 쌓는 수밖에 없다. 두 가지 배치가 쓸 만했다.

  • 계층 스택: 왼쪽에 좁은 라벨 열(①②③…)을 두고 오른쪽에 카드/칩을 깐다. 층마다 제목 줄을 따로 두지 않아 세로 공간을 크게 아낀다.
  • 제목 줄 + 전폭 카드: 층이 3~4개로 적을 때. 맨 아래를 한 줄 요약 띠로 닫으면 결론이 남는다.

칸은 한 줄에 4~5개가 한계다. 6개를 넣으면 글자가 8pt 밑으로 내려가고, 그때부터는 아무도 안 읽는다. 칸을 늘리지 말고 항목을 묶어라. 스킬 20종을 20칸으로 두면 목록이지만, 5계열로 묶으면 구조가 된다.

3단계. 만든 다음 반드시 이미지로 렌더해서 눈으로 본다

PPT 생성 라이브러리에는 자동 맞춤이 사실상 없다. 텍스트가 넘쳐도 오류가 나지 않고, 그냥 상자 밖에 그려진다. 파일만 만들고 끝내면 카드 밖으로 흘러나온 글자를 발표장에서 발견하게 된다.

설치된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을 자동화해 슬라이드를 PNG로 뽑고, 그 이미지를 직접 본 뒤 고친다. 이번에 이 루프에서 잡은 것:

  1. 마지막 불릿 한 줄이 카드 밖으로 나감 → 문구를 줄여 해결(카드를 키우는 것보다 낫다)
  2. 헤더 오른쪽 수치가 두 줄로 깨짐 → 처음부터 두 줄로 설계
  3. 카드 아래가 텅 빔 → 카드 높이를 줄이고 층 간격을 재배치

4단계. 사실이 바뀌면 그 자리에서 고친다

작업 도중 팀 구성이 4명에서 5명으로 바뀌었다(검증 담당이 추가됐다). 이미 만든 장표는 4명으로 그려져 있었다. “방금 만들었으니 다음에”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고쳐 재생성하고 다시 렌더했다. 스크립트로 만들었기 때문에 값 한 줄 바꾸고 다시 돌리면 끝이다 — 이것이 손으로 그리지 않는 진짜 이유다.

5단계. 미사용 항목을 지우지 않는다

플러그인 39종 중 실제로 쓴 것은 몇 개뿐이고, 예약 작업은 0건이었다. 지우면 그림은 깔끔해지지만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가 사라진다. “미사용”, “인증 전 대기”, “여유 슬롯”으로 적어두면 체계도가 곧 할 일 목록이 된다.

교훈

  • 체계도의 품질은 배치가 아니라 숫자의 근거에서 나온다. 셀 수 있는 것은 반드시 세고, 셀 수 없는 것은 쓰지 않는다.
  •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밀도에는 한계가 있다. 칸을 늘리는 대신 묶어서 층으로 만든다.
  • 생성물은 반드시 이미지로 눈으로 확인한다. 파일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잘 만들어졌다는 뜻이 아니다.
  • 장표를 스크립트로 만들어 두면 사실이 바뀔 때마다 다시 뽑을 수 있다. 체계도는 한 번 그리고 끝나는 물건이 아니라 갱신되는 문서다.
  • 빈칸을 남겨라. 체계도에 드러난 공백이 다음 분기의 계획이 된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