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단체 소개 PPT는 대개 사진과 이미지로만 채워진 장표다. 사람이 보면 읽히지만, 그대로는 강의안이 되지 않는다. 질문에 답하는 순서로 다시 짜야 하고, 원본에 없는 배경·과정·쟁점은 따로 조사해야 한다.
이 문서는 협동조합형 아파트 ‘위스테이 별내’의 조합 소개자료(58쪽)를 **9개 질문에 각 1쪽씩 답하는 강의안(13쪽)**으로 다시 지은 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핵심은 세 가지다.
- 이미지 장표에서 내용을 꺼내는 법 (텍스트가 안 나올 때 이미지를 AI에게 직접 읽히기)
- 원본에 없는 답은 웹·논문으로 보강하고, 모르는 건 묻고, 미결은 미결로 표기하기
- 만든 PPT를 그림으로 뽑아 눈으로 검증하기 — 이걸 건너뛰면 글자가 카드 밖으로 넘친 채 배포된다
왜 이 기술인가
활동가에게 강의 요청이 오면 보통 이런 상황이다.
- 단체가 쓰던 소개 PPT는 있다. 그런데 자랑 순서로 되어 있지 질문 순서가 아니다.
- 청중이 궁금해하는 건 “어떻게 시작했나, 처음에 뭐가 어려웠나, 지금 문제는 뭔가”인데, 소개자료에는 그 답이 거의 없다. 있는 건 성과 사진이다.
- 시간은 없고, 사실관계를 틀리면 안 된다.
AI에게 “PPT 만들어줘”라고만 하면 그럴듯한 빈 껍데기가 나온다. 질문 목록을 먼저 주고, 자료와 웹을 근거로 답하게 하고, 모르면 묻게 하는 것 — 이것이 이 기술의 요체다.
단계별 따라하기
1단계. 질문 목록을 먼저 만든다
강의안의 뼈대는 슬라이드가 아니라 질문이다. 위스테이 사례에서 쓴 9개 질문은 이랬다.
어떤 계기와 목적으로 추진했나 / 지역적·사회적 의미는 / 추진 주체는 누가 어떻게 구성했나 / 초기 구성 과정은 / 초기의 어려움과 해결은 / 협동조합 구성 시 가장 중요한 것은 / 구성 후 입주까지의 과정은 / 입주 후 가장 중요한 활동은 / 입주 후 문제와 해결은
이 순서는 다른 사회적경제 사례에도 거의 그대로 쓸 수 있다. 시작 → 주체 → 과정 → 어려움 → 지금.
AI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소개자료.pptx
이 내용으로 강의안을 만들 거야.
(질문 9개 나열)
위 자료와 웹 자료를 참조해서 각 질문에 1쪽씩 만들어. PPT로.
각 질문에 대한 답을 잘 모르겠으면 내게 물어봐.
마지막 한 줄이 중요하다. “모르면 물어봐”를 넣지 않으면 AI는 빈칸을 지어서 채운다.
2단계. 이미지 장표에서 내용을 꺼낸다
PPTX 파일은 사실 zip이다. 슬라이드별 텍스트를 한 번에 뽑아보면 자료의 실제 구조가 드러난다. 위스테이 자료는 58쪽 72MB였는데, 뽑힌 텍스트는 9KB뿐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사진이었다.
이때 쓰는 방법이 이미지를 AI에게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조직도, 설문 그래프처럼 “이 장표는 내용이 있는데 글자로 안 잡히는” 것들만 골라 꺼내서 읽힌다.
AI에게: “슬라이드 9, 12~16번의 이미지를 꺼내서 내용을 읽어줘”
이렇게 해서 조직도(대의원총회–이사회–집행위원회–사무국 + 10개 소위원회)와 입주 선택 이유 설문(1위 8년 장기거주 678점, 2위 아파트형 마을공동체) 같은, 텍스트로는 절대 안 잡히는 핵심 근거를 확보했다. 조직도 이미지는 강의안에 그대로 다시 실었다.
3단계. 원본에 없는 답은 조사로 채운다
9개 질문 중 원본이 답해 준 건 사실상 3개(연혁, 자본구조, 활동)뿐이었다. “처음에 뭐가 어려웠나”, “지금 문제는 뭔가”는 소개자료에 있을 리가 없다. 자랑이 아니니까.
이런 답은 논문과 인터뷰 기사에 있다. 실제로 결정적이었던 자료는 두 종류였다.
- 학술 논문 — 초기 조합원 구성의 구체적 수치(리더 조합원 123세대, 전체의 25% 정원, 입주 전 최소 7회 의무교육, 커뮤니티 공간 참여설계 46회)와 연구자가 지적한 한계(돌봄위원회는 전원 여성인데 이사회 여성 이사는 1명)
- 대표자 인터뷰 — 사업을 시작한 문제의식과 초기 실패담(“변론하듯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될 줄 알았다”)
요령: 논문 PDF를 AI가 “바이너리라 못 읽는다”고 하면, AI가 그 파일을 어디에 저장했는지 알려준다. 그 경로를 다시 읽히면 본문이 그대로 나온다. 별도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 없다.
4단계. 모르는 것은 묻고, 미결은 미결로 적는다
위스테이는 2028년 6월에 8년 의무임대가 끝난다. 분양전환이냐 장기임대냐가 최대 쟁점이다. 웹에서는 “조합이 20년 장기임대 전환을 국토부와 협의 중”까지만 확인됐다.
AI가 물었고, 사용자가 답했다. “아직 협동조합에서 의사결정을 안 한 상태.”
그래서 그 슬라이드는 이렇게 처리했다.
- 제목을 “⑦ 열려 있는 쟁점 — 8년 만기(2028.6)“로
- 그 쪽만 상단 띠 색을 주황으로 바꿔 미결임을 시각적으로 구분
- 참고자료 쪽 맨 아래에도 “조합 내부 의사결정이 완료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명기
강의안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적는 일이다. 당사자가 아직 결정하지 않은 사안을 결정된 것처럼 쓰면, 그 강의는 당사자에게 해가 된다.
5단계. 만든 PPT를 그림으로 뽑아 눈으로 본다 — 이 단계를 건너뛰지 말 것
AI가 코드로 만든 PPT는 거의 반드시 글자가 넘친다. 한글은 글자폭이 넓은데, 프로그램은 “이 문장이 몇 줄이 될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첫 결과물은 9개 슬라이드 중 5개에서 문장이 카드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파일만 보고는 알 수 없다. 슬라이드를 그림(PNG)으로 뽑아서 봐야 보인다.
AI에게: “만든 PPT를 슬라이드마다 PNG로 내보내서 직접 확인하고, 넘치는 곳을 고쳐줘”
이 루프를 네 번 돌아 잡은 것들:
| 증상 | 원인 | 해결 |
|---|---|---|
| 문장이 카드 아래로 삐져나옴 | 줄 수를 적게 잡음 | 글자폭 계수를 올려 다시 계산 |
| 카드 4장인 칸만 계속 넘침 | 제목 글자는 안 줄어듦 | 제목도 본문과 함께 축소 |
| 조직도가 슬라이드 밖으로 | 가로 기준으로 넣음 | 세로 기준으로 넣고 가로는 비율 계산 |
| 한쪽 칸만 텅 빔 | 카드 1장이 늘어남 | 내용을 둘로 쪼개 카드 추가 |
글자가 안 들어가면 폰트를 더 줄이지 말고 문장을 줄인다. 강의안에서 8.5pt 아래는 읽을 수 없다. 줄일 수 없다면 그 내용은 그 쪽에 들어갈 내용이 아니다.
교훈
첫째, 자랑 순서를 질문 순서로 바꾸는 것이 강의안 제작의 본질이다. 소개자료는 “우리가 무엇을 했는가”로 되어 있고, 강의는 “당신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로 되어야 한다. 질문 목록을 먼저 확정하면 나머지는 채우기다.
둘째, 원본에 없는 답이 강의의 값어치다. “어떻게 시작했나”와 “무엇이 어려웠나”는 어떤 단체의 소개자료에도 없다. 그런데 듣는 사람이 자기 현장에 옮겨 쓸 수 있는 건 성과가 아니라 그 과정이다. 논문과 인터뷰를 뒤지는 30분이 강의의 질을 가른다.
셋째, 모르는 것을 묻는 AI가 좋은 AI다. “모르면 물어봐”라고 미리 말해두면, AI는 빈칸을 지어내는 대신 묻는다. 이번에도 청중·미결쟁점·형식 세 가지를 물었고, 그 답이 결과물의 방향을 결정했다.
넷째,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파일이 저장됐다는 것과 슬라이드가 제대로 보인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다. 문서든 PPT든, AI가 만든 것은 사람이 보는 형태로 렌더해서 확인해야 끝난 것이다. 이 원칙은 한글 문서 교정에서도 똑같았다.
참고
- 결과물: 위스테이 별내 강의안 13쪽 (표지 / 개요 / 질문 9쪽 / 정리 / 참고자료)
- 관련 문서: AI에게 문서 교정을 맡길 때 — 검산과 빨간펜
- 사례 자료: 박윤혜·백일순(2021), 「돌봄의 위기와 대안으로서의 커먼즈: 협동조합형 아파트 공동체 위스테이 별내를 사례로」, 『공간과 사회』 75호 / 정헌목, 「사회적경제와 아파트의 결합: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위스테이’의 등장과 입주과정」
- 문서 정리 = 데카(deka2026)
이 문서는 연대지능 공동위키에도 같은 내용으로 올라가 있다. 원본: AI와-함께-자료를-강의안으로-다시-짓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