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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한 사람을 위한 협동

한 사람을 위한 협동


모두가 어려운 한 해를 보냈지만,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손님은 아직 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하고, 치료제도 개발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으로 올해는 끝나겠구나 싶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은 매일 하루가 힘듭니다.

이럴 때 들려오는 미담 중의 하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서로 협동하여 위기를 대처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기금을 모으기도 하고, 서로 팔아주기도 하면서 서로를 돕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또, 지역주민을 위하여 마스크를 기부하거나 방역 활동에 나서는 미담도 있습니다. 연대와 협동의 본성이 어려운 시기를 맞아 잘 발현되는 것 같아 사회적경제인으로서 참 뿌듯합니다.

사회적경제가 갖추고 있는 협동의 본성은 이렇게 서로에 대한 관심과 작은 도움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다만, 여기에 멈춰 서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이 협동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데 이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서술 중의 하나가 ‘국제협동조합연맹(ICA: International Co-operative Alliance)’이 선언한 6번째 원칙, “협동조합 간의 협동”입니다. ICA 선언에서 “협동조합 간의 협동”은 이렇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제 6 원칙 : 협동조합 간의 협동(Co-operation Among Co-operatives)


협동조합은 지역 및 전국에서 그리고 국제적으로 함께 일함으로써 조합원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봉사하고 협동조합 운동을 강화한다.

사회적경제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인 협동조합은 지역에서, 전국에서, 그리고 국제적으로 함께 일해야 하며, 그 목적은 ‘조합원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봉사’하기 위함이라고 협동조합운동의 가장 권위 있는 기구인 ICA가 선언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 간의 협동’은 조직의 생존에 부닥칠 때, 자칫 잊을 뻔한 ‘협동의 목적’을 상기시켜 줍니다. 우리가 협동조합 또는 사회적경제 조직을 만든 목적은 바로 ‘사람’입니다. ‘조합원에게 효과적으로 봉사’하기 위함이라는 ICA의 선언은 사회적경제의 목적이 바로 ‘사람’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줍니다. 

협동조합이 쓰러지면 조합원은 필요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협동조합의 생존이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조합원이 목적이고, 협동조합이 수단입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목적이고, 사회적경제 조직이 수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서 협동을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조합원이 서로의 필요를 함께 구하기 위하여 협동하는 것을 넘어서 협동조합 간에 협동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ICA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협동조합은 자기 지역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작은 규모로 조직하여 소유와 참여의 장점을 유지해야 합니다. 조직이 너무 크면 조합원들은 서로 알 수 없고, 그러면 관계가 엉성해져 협동조합의 장점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작은 규모는 비효율적이어서 조합원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협동조합은 작은 규모로 소유와 참여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각 조합이 제휴하여 효과적인 규모를 얻어야 합니다. ‘협동조합 간의 협동’은 조합원을 보다 주체적으로 만들면서도 효과적인 규모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여기서 협동조합은 반드시 하나의 법인(회사) 단위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국화 되어 있는 협동조합이 각 지부 또는 조합원 활동 모임을 협동의 단위로 삼아 참여를 독려하고, 사업은 각 단위 간의 협력과 제휴로 효과적인 규모로 만들어야 한다고 읽을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조합원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여러 협동조합이, 또는 여러 단위가 협력하여 공동투자로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협동조합이, 한 개의 사회적경제 조직이 조합원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각 조직은 협력하여 공동투자를 일으켜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협동의 목적은 ‘사람’입니다. 협동조합을 만들 때도 그렇고, 각 조직 간에 협력을 할 때도 그렇습니다. 

어려운 시기이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가장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단순히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 돕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생산하기 위하여 ‘협동조합 간의 협동’을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우리의 공간을 함께 만들고, 병원이 필요한 곳에 각 조직이 함께 투자하여 ‘의료사협’을 세우거나, 생산시설을 공동투자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를 맡길 곳, 부모님의 요양을 위한 공간, 함께 식사할 밥집, 극장, 주점, 휴식 공간 등 우리 조합원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만들기 위하여 조직 간의 협동을 추진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한 사람을 위하여 여러 사회적경제 조직이 협력하고, 모든 이는 여러 조직에 가입하거나 이용자로서 참여함으로써 사회적경제는 더욱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하나의 조직에서 아등바등하지 않고, 각 조직이 가진 힘을 지역사회 개발에 함께 투자하고 협력하는 협동조합 지역사회를 향한 꿈을 함께 나눠 봅시다.


사회혁신교육원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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